위장약을 달고 살던 사람의 변화
대학 시절부터 위염을 달고 살아 위장약이 늘 곁에 있었던 분이 있습니다.
뭐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졸리며, 저녁을 조금만 더 먹어도 소화제를 먹어야 잠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분이 6개월 넘게 백출고를 꾸준히 먹은 뒤로는 속이 한결 편안해졌고, 트림도 줄었으며, 식후에 쏟아지던 졸음도 금세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합니다.
개인의 경험담이라 누구에게나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만들기 쉽고 먹기 편한 처방이라 소개할 가치가 있습니다.

백출고란 무엇인가
백출고는 백출, 진피, 꿀 단 세 가지로 만드는 고(膏) 형태의 처방입니다.
『동의보감』에도 소개된 처방으로, 백출과 진피의 약 성분을 꿀에 녹여 넣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 번 만들어 두면 꿀처럼 떠먹기만 하면 되니, 매일 약을 달여 먹기 어려운 분들에게 특히 편리합니다.



집에서 백출고 만드는 법
재료 비율은 백출 200g, 진피 160g, 꿀 160g이며, 이 양은 약 열흘 분량입니다.
1. 달이기: 백출과 진피를 물에 넣고 2시간 이상 달입니다. 물은 약재가 끝까지 잠길 정도가 기준입니다.
너무 많으면 졸이는 데 오래 걸리고, 너무 적으면 성분이 충분히 우러나지 않습니다.
2. 거르기: 다 달인 뒤 약재는 걸러내고 약물만 남깁니다.
3. 졸이기: 약물을 약불에서 한동안 졸입니다.
4. 꿀 넣고 다시 졸이기: 어느 정도 졸았으면 꿀을 넣고, 전체가 꿀 농도가 될 때까지 다시 졸입니다.
꿀이 끓어오르며 넘치기 쉬우니 곁을 지켜야 합니다.
만드는 과정을 한 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 가지 재료는 각각 무슨 일을 할까
백출 — 약해진 위장을 튼튼하게
백출은 한방에서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하는 대표적인 건위(健胃) 약재입니다.
위액 분비와 위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도와 소화·흡수력을 높이는 쪽으로 쓰여 왔습니다.
위장이 약해진 상태를 보강하는 약이라 짧게 먹기보다 오래 두고 먹는 약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소화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 중년 이후에 특히 자주 찾게 되는 약재입니다.
진피 — 소화를 촉진
귤껍질을 말린 진피는 백출과 짝을 이루면 소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적으로 풀면 위장의 연동 운동을 돕는다고 볼 수 있어, 더부룩함과 트림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꿀 — 달이면 생기는 성분, 5-HMF
꿀을 끓이면 좋은 성분이 파괴된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성분은 줄어들지만, 대신 **5-HMF(5-하이드록시메틸푸르푸랄)**라는 성분이 새로 생깁니다.

2015년 학술지 Pharmacology Biochemistry and Behavior에 실린 연구에서는 기억력 장애를 유발한 쥐에게 5-HMF를 투여했을 때 기억력 저하가 회복되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이 밖에도 뇌 신경 보호, 뼈 건강과 관련된 동물실험 결과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모두 동물실험 단계이며,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5-HMF는 많은 양을 섭취했을 때의 안전성을 따지는 연구도 함께 있는 성분입니다.
국제식품규격(Codex)은 꿀의 5-HMF 함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꿀을 달이면 뇌와 뼈에 좋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달여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많이 먹을 이유도 없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균형 잡힌 시각입니다.
재료별 역할과 주의할 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루 복용량과 과다 섭취 주의점 ⚠️
『동의보감』에는 하루 두 숟가락으로 적혀 있지만, 숟가락 크기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위 재료 비율로 만든 양이 약 열흘 분량이므로, 밥숟가락으로 푹 떠먹기보다는 작은 찻숟가락으로 하루 2번, 열흘에 걸쳐 나눠 먹는 양으로 조절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참고로 백출을 약재로 달일 때는 전통적으로 하루 6~12g 정도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 혈당: 결국 꿀을 먹는 셈이라 당분 섭취가 늘어납니다. 당뇨가 있거나 혈당 관리 중이라면 상담 후 드세요.
• 체질: 백출은 몸의 습을 말리는 성질이 있어, 입이 자주 마르고 열이 많은 체질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보관: 수분이 날아간 고 형태라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서늘한 곳에 두고 꼭 마른 숟가락으로 덜어 드세요.
• 영아: 돌(12개월) 전 아기에게는 꿀을 먹이면 안 됩니다.
오래 먹어도 소화 불편이 계속되거나 체중이 줄고, 속쓰림이나 검은 변이 있다면 위내시경 등 병원 검사가 먼저입니다.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
복용 중인 약이 있는 분, 임신·수유 중인 분, 당뇨나 위장 질환으로 치료 중인 분은 백출고를 만들어 드시기 전에 한의사나 약사와 먼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백출고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백출, 소화를 돕는 진피,
그리고 달이는 과정에서 성분이 바뀌는 꿀이 어우러진 간단한 처방입니다.
한 번 만들어 두면 식탁에 놓고 꾸준히 떠먹기 좋아, 나이 들며 소화력이 떨어진 분들이 생활 속에서 위장을 챙기는 방법으로 참고해 볼 만합니다.
본 글은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 Lee Y, et al. Pretreatment with 5-hydroxymethyl-2-furaldehyde blocks scopolamine-induced learning deficit in contextual and spatial memory in male mice. Pharmacology Biochemistry and Behavior, 2015;134:57–64
- Shapla UM, et al. 5-Hydroxymethylfurfural (HMF) levels in honey and other food products: effects on bees and human health. Chemistry Central Journal, 2018 (PMC5884753)
- The Toxicological Aspects of the Heat-Borne Toxicant 5-Hydroxymethylfurfural in Animals: A Review (PMC7221839)
- 『동의보감』 백출고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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